장기 주차는 차량 손상의 출발점이다
자동차를 오래 세워두는 일은 생각보다 큰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때 “움직이지 않으니 고장 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차량은 정지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 타이어는 일정한 지면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 형태가 변형되고, 배터리는 아무 사용 없이도 자체적으로 방전된다. 외부에 노출된 차량은 도장면이 변색되고, 실내는 먼지와 습기로 오염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몇 시간이나 하루 이틀 사이에 발생하지 않는다. 통상 2주 이상 차량이 움직이지 않으면 점차 이상이 발생하고, 1개월 이상 주차 상태가 지속되면 눈에 보이거나 체감되는 고장과 손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타이어, 배터리, 외부 도장처럼 운행과 관계 없이 손상될 수 있는 항목들은 장기 주차 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장기 주차 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와 그 예방책을 타이어 변형, 배터리 방전, 커버 사용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타이어 변형, 눈에 안 보여도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품
타이어는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지면과 접촉하는 부품이며, 차량의 무게 전체를 네 군데의 타이어의 작은 면이 지탱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 주차 상태가 지속되면 타이어의 일정한 접지 면이 계속 눌리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탄성이 사라지고 눌린 형태로 굳어지는 ‘플랫 스폿’ 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변형은 육안으로는 식별을 하기 어렵지만, 차량을 다시 운전하면 진동, 소음, 핸들 쏠림 등으로 즉시 체감을 할 수 있다.
타이어 변형은 특히 온도가 낮은 겨울철에 더 빨리 발생하며, 차량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실내외 온도 차이로 인해 타이어 고무의 탄성은 점차 저하된다. 2주 정도 주차된 차량은 짧은 주행으로도 타이어가 일시적으로 변형된 상태에서 복구할 수 있지만, 한 달 이상 방치를 하게 되면 복원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진행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타이어의 특정 부위에 금이 가고, 주행 중 소음이 커지거나 조향에 영향을 미쳐 전면 교체가 필요하게 된다.
타이어 변형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타이어 공기압을 평소보다 10% 이상 높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차량 제조사 권장 공기압이 35psi라면, 장기 주차 전 38~40psi로 세팅하면 타이어 눌림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또 가능하다면 1~2주 간격으로 차량을 2~3m 정도만 전진 또는 후진시키는 것도 접지 면을 분산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동일한 면이 계속 압력을 받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더불어 고무 매트나 타이어 전용 패드를 사용해 주차면과 타이어 사이에 완충재를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아스팔트 위에서 장시간 주차할 경우 고무와 아스팔트가 붙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는 타이어 성분이 일부 녹아내리기 때문이며, 타이어 열화로 이어질 수 있다. 주차 장소가 경사진 곳이거나 배수 상태가 좋지 않다면 반드시 평평한 공간으로 차량을 옮기는 것이 좋다.
배터리 방전, 시동이 걸리지 않는 대표 원인
장기 주차 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배터리 방전이다. 자동차 배터리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자장치 대기전력, 보안장치, 블랙박스, 키 리모컨 등으로 인해 아주 미세하게나마 전류가 흐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서서히 충전량이 감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차량의 배터리는 하루에 약 0.05~0.1V씩 자연적으로 방전되며, 차량에 장착된 전자기기의 개수나 차량 연식에 따라 방전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문제는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면, 단순히 충전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완전 방전’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배터리 내부 화학 반응이 중단되면서 재충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결국 교체가 필요해진다. 이 경우 비용뿐 아니라 장비 설정 초기화, 시계,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설정 등의 여러가지 불편도 발생하게 된다.
예방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장기 주차 전 블랙박스를 주차 모드에서 완전히 OFF로 전환하는 것이다. 블랙박스는 주차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배터리와 직결된 별도 전원 장치가 있는 경우에도 이 기능을 비활성화하거나 전원선을 분리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시동을 최소 1주일에 한 번 이상 걸어주는 것이다. 짧게라도 시동을 걸고 10~15분간 공회전을 통해 알터네이터가 배터리를 충전하게 하면 방전을 막을 수 있다. 만약 차량이 지하주차장에 있거나 시동을 걸 수 없는 환경이라면 보조 배터리 또는 트리클 충전기(저전류 충전기)를 이용해 꾸준히 전압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완전한 예방을 위해선 배터리 음극 단자를 아예 분리해 놓는 방법도 있다. 이는 완전하게 방전 흐름을 차단할 수 있지만, 차량 일부 기능(예: 스마트키, 경보장치 등)이 초기화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선택이 필요하다.
커버 사용, 차량 보호의 기본 중 기본
장기 주차 시 차량 외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도장면, 유리, 크롬 몰딩 등이 있다. 야외에 그대로 주차해두는 경우에 미세먼지, 황사, 강한 자외선, 새 배설물, 수분, 수액 정말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외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 강한 햇볕은 차량 도장면의 산화를 촉진시켜 색이 바래거나 얼룩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이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차량 커버다.
차량 커버는 실내외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UV 차단 기능, 방수 기능, 방오 기능을 갖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커버는 장착과 해체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1개월 이상 주차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사용하는 것이 차량 보존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커버 내부에 습기가 차면 곰팡이 또는 얼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통기성 있는 커버를 선택하거나, 장착 전 차량 외관을 완전히 건조시켜야 한다.
이 외에도 차량 유리창에 햇빛가리개를 추가 설치하여 내장재 변색을 줄일 수 있고, 휠 커버나 타이어 보호 커버를 함께 사용하면 휠 산화 및 먼지 부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실내에 커피, 음료 등 유기물질이 남아 있다면 반드시 제거하고 밀폐된 병, 스프레이 등은 온도 상승 시 폭발 위험이 있으므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꼭 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치워야 한다. 최근에는 탈부착이 쉬운 커버 제품들도 많이 있으니 잘 비교해 보고 선택하는게 좋겠습니다.
장기 주차도 유지 관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자동차는 주행을 하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 멈춰 있는 동안에도 손상될 수 있다. 장기 주차는 차량에 휴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서서히 차량 수명을 깎아먹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타이어는 형태가 바뀌고, 배터리는 자연 방전되며, 외부는 오염되어 복원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손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전에 아주 간단한 점검과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타이어의 공기압을 조정하고 차량을 간헐적으로 이동시키며, 배터리는 블랙박스를 끄거나 충전 장비를 활용하고, 외부 커버를 통해 차량을 보호하면 된다. 이 모든 것들은 큰 시간이나 비용이 들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차량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장기 주차는 방치가 아니다. 올바른 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때 차량은 멈춰 있는 동안에도 문제없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 글을 참고하여 다음 장기 주차 전에 미리 대비하고, 나중에 차량이 속을 썩이거나 말썽을 부리는 일을 막아보자.